베이징 소재 컨설팅업체 게이브칼드래거노믹스의 아서 R. 크뢰버 수석 연구원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에는 제약에서 기술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포럼 100여 개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대화가 종료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존 폼프렛은 이를 두고 “이러한 대화의 붕괴는 미·중 관계 악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중 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미·중 통상무역합동위원회(JCCT) 역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동시에 종료됐다. JCCT는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설립된 포럼으로 산하에 16개 실무 그룹을 두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JCCT를 통해 에너지와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재무부와 국무부의 대화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미·중 대화 창구 단절은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 미국과 중국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 전적으로 중국에 있다며 협력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
각종 포럼과 대화 창구가 단절되자 민간 협력조차 영향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30년간 이어져 오던 중국 내 평화봉사단 활동을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더는 개발도상국이 아니어서 세금으로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유학생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뢰버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며 “포럼 등 교류를 통해 긴장과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관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