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증시 시총은 89조 달러(약 10경5634조 원)로 집계됐다. 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다. 미국과 중국 증시가 회복하며 전체 시총 증가를 견인,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분을 모두 만회했다.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3월만 해도 20조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 덕분에 지난달 말 시점에는 3월 말보다 시총이 3% 이상 늘었다.
다만 시총 회복 수준은 나라마다 천양지차다. 미국 증시의 시총은 지난달 말 시점에 37조 달러로 세계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점유율이다. 10년 전 글로벌 시총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였다.
미국 비중이 높아진 데는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IT 기업에 세계의 자금이 몰린 영향이 컸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달 31일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액은 일본 2000여 개사가 상장해 있는 도쿄증시 1부 전체 거래액의 3배에 달했다.
중국 증시(상하이와 선전) 시총은 지난달 말 기준 8조7000억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약 40% 급증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빨리 회복한 데다 증시 침체기가 짧았던 영향이다. 중국 증시의 시총은 지금까지 최고였던 2015년 수준을 웃돈다.
중국 증시는 IT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활발히 이뤄진 영향이 컸다. 올해 중국 본토 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380억 달러 중 IT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3분의 1이었다. 특히 IT 스타트업 중심인 상하이증시 커촹반은 올 한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만 190억 달러가 넘으며 출범 1년여 만에 세계 3대 거래소로 급성장했다.
유럽 증시는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았다. 에너지 및 은행 관련주가 많은 영국 증시의 시총은 작년 말보다 20% 정도 줄었다. 자동차 기업이 많은 독일도 2018년 1월에 기록한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관광 업종 비중이 높은 프랑스 등 남유럽도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다만 실제 경기나 기업 실적과 비교하면 증시 회복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가 예상 주당 순이익의 몇 배까지 팔리는가를 보여주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에서는 23배다. 이는 과거 평균인 16~18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신문은 “닷컴 버블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기업의 실적 회복이 더뎌지면 주가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