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와 과도한 유동성 등에 대한 경계감에 코스피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19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하자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단기 하방 지지선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 코스피 ‘2300선’이 맥없이 무너지자 시장은 3월의 공포장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개별 종목 중심의 선별적 투자나 쉬어가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정은 있겠지만, 낙폭은 제한적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66% 하락한 2274.22에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3.37% 하락한 791.14에 마감됐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밑돈 것은 4일 이후,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18일 코스피가 -2% 이상, 코스닥은 -4% 이상 급락한 가운데 19일에는 낙폭을 일부 되돌렸지만 이날 증시는 다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이날 급락세는 전날(현지시간) 미국 연준 위원들이 코로나19 지속이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면서도 과도한 유동성 확대에 우려를 표명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내용에 대한 실망 속 차익 매물 출회되며 급락했”며 “특히 추가적인 정책에 대해 과도한 유동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위축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약세장이 3월의 급락장처럼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증시의 낙폭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증시의 흐름은 ‘우상향’이라는 것이다. 앞서 코로나19의 1차 확산을 겪으면서 악재를 학습했고, 치료제 개발과 코로나19 타격 산업에 대한 회복 기대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 환경과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악재를 희석시키고 있는 국면이라 증시의 우상향 방향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상승 탄력의 둔화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현재 증시의 하락은 ‘기간조정’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함께 역사적 고점인 PER 13배에 도달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최근 증시가 하락한 것을 보인다”며 “그러나 2009년 PER 12배 고점을 돌파했던 시기에도 기간 조정 후 다시 상승 흐름을 재개했기 때문에 현재도 기간조정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증시상승에 베팅하는 증권가
최근 단기 조정에도 금융투자업계는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목표치를 높여 잡으며 상승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향후 1년 내 코스피 지수 전망치가 285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제까지 증권가에서 나온 코스피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2018년 1월 29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점인 2598.2 포인트를 넘어서는 수치다. 김용구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초저금리 지속 등의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이 향후 주식시장 추가 랠리의 핵심 동인”이라며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국내 기업의 내년 영업이익(190조8000억 원)은 올해보다 51조8000억 원가량 개선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 4분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돼 국내 증시 이익 안정성 회복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역시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2360에서 2570으로 상향 조정했고, 현대차증권이 목표치를 2650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한국투자증권도 2480으로 목표치를 올렸다.
유럽계 증권사인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한국 증시 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해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2300에서 2600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달러 약세 △기업 실적·국내 경기지표 개선 △바이오·인터넷 등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들의 성장세 △막대한 유동성 등을 상승 이유로 꼽았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월 미국 대선과 2차 팬데믹 우려가 리스크 요인으로 가을쯤 단기 조정을 유발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많지만, 조정이 있어도 12% 이상의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3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발표된다면 내년 실적 추정치는 생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아있는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 대선, 코로나19 재확산, 공매도 금지 해제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당분간 인플레이션 우려와 통화정책과 금리 변동성 확대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금리가 오르자 성장주 차익실현이 거세진 바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8월말 잭슨홀회의와 27일 한은 금통위가 중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