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한때 92.127로, 201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7월 이후 달러 매도가 가속화해 달러는 월간 기준으로 약 10년 만의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8월 들어선 이후에는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졌으나 다시 매도세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달러화 약세 전망이 투기 세력을 끌어들이면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 주말 발표한 통화선물보고서에 따르면 투기 세력에 의한 유로 순매수액(달러 대비)은 11일 시점에 20만 건에 육박,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기 세력이 달러 매도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러 약세 배경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미국 존스트레이딩의 데이브 루츠 상장지수펀드(ETF) 대표는 “미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과 갈 길이 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이 달러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는 추가 부양책에 대한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결론이 9월로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에 나온 8월 뉴욕 제조업 경기실사지수(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경기 회복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졌다.
달러 약세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은 금으로 쏠리고 있다. 국제 금값은 전날 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한 데 이어, 18일 온스당 20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0.7%(14.40달러) 오른 201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가 신용도에 의존하지 않는 ‘무국적 통화’인 금은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 약세 국면에서 대체 자산으로 평가되기 쉽다. 일각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금값이 2500달러에서 최대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BC캐피털마켓도 3000달러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