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픽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애플이 오는 28일 자사의 모든 개발자 계정을 말소하고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와 컴퓨터 맥 개발자 도구에서도 차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이런 보복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에픽은 “애플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 사업에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막대하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고객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픽은 3억5000만 사용자를 자랑하는 게임 포트나이트는 물론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게임, TV와 영화의 특수 효과 등에 쓰는 3차원(3D) 시각화 기술인 언리얼 엔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영상 채팅 앱 ‘하우스파티’도 보유하고 있다.
에픽은 모바일 앱 생태계를 지배하는 애플과 구글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30% 수수료’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두 거대 IT 기업과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에픽이 지난 13일 게이머들이 자사 게임 아이템을 살 때 앱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직접 지불’ 옵션을 도입한 것이다.
같은 날 애플과 구글이 바로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며 포트나이트를 앱 장터에서 내려버리자 에픽은 바로 양사가 반경쟁 행위를 벌였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애플은 더 강경한 조치로 에픽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애플의 개발자 도구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 에픽은 아이폰 등 애플 기기로 포트나이트를 즐기거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수많은 게임에 대한 업데이트가 불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애플이 에픽의 밥줄을 끊으려 한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 제작자는 자신의 게임이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면 에픽에 그중 5%를 지급하거나 또는 협상을 통해 일정 로열티를 내야 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있다.
그러나 에픽이 마냥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적 분쟁이 모바일 앱 생태계에 폭넓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리서치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모바일 앱 지출은 12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등 다른 기업들도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 정책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두 IT 거물의 경직적인 앱 과금 방식은 지난달 말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주요 논점 중 하나였다. 에픽은 소송장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당시 청문회에서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개발자에 대해) 우리는 보복이나 괴롭힘은 하지 않는다”고 증언한 것을 인용하면서 “애플은 에픽에 대해 맹렬하게 보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에픽의 이날 문제 제기에 대해 “우리는 약관 위반 상태를 해소하고 다시 포트나이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에픽과 협력한다”는 기존 설명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