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불법으로 점령한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양자 합의를 담은 성명을 깜짝 공개했다. 백악관은 설명에서 “이번 외교적 합의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해당 지역에 대한 주권 선언을 포기하고 아랍권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 확장에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지위를 바꿀 극적인 변화”라고 소감을 밝혔고, 무함마드 빈 자예드 UAE 왕세자는 “UAE와 이스라엘이 양자 관계에서 새로운 로드맵을 건설했다”고 반겼다. 이스라엘과 UAE 대표단은 투자와 관광, 직항 노선, 보안, 통신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대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양국은 상호 대사관 설립도 논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성명 공개 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가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중동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자신의 이름을 따 ‘도널드 J.트럼프 협정’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하는 것 외에 실제 협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UAE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첫 걸프 지역 아랍국가가 됐다. 이스라엘은 1980년 이집트와 국교를 수립하고 1994년 요르단과 외교 관계를 맺긴 했지만, 그동안 걸프 지역과는 화해하지 못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과 요르단 계곡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며 아랍권의 반발을 샀다.
이번 합의의 목적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니파 맹주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문제로 이스라엘과 대립해왔지만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군사력을 키워가자 이스라엘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가 이란의 최대 경쟁자이자 팔레스타인의 수호자인 사우디아라비아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팔레스타인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반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성명이 공개된 후 “UAE가 팔레스타인을 배신했다”며 “협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마즈 마즈달라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집행위원 역시 “팔레스타인 역사에서 어두운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리를 대가로 이스라엘과 협정할 수 있는 권한을 그 어떤 국가에도 넘겨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