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상생협력법' 입법예고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소기업벤처부에 전달한다고 13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기술자료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손해배상소송 자료제출명령권 신설 △손해액 산정ㆍ추정 근거 마련 등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중심 제도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전경련은 기술자료 입증 책임의 전환과 분쟁조정 요청으로 중기부의 직접제재가 가능해지면 수ㆍ위탁기업 간 갈등이 확산하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돼 기업의 경제위기 극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에 도입하는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에 대해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 데다 비밀로 관리되어 권리를 주장하는 수탁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으로 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의무란 침해혐의 당사자가 자사나 새로 수탁관계를 맺은 기업의 기술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구체적 행위태양을 들어 해명하는 입증책임 전환제도다.
또한,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줄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돼 위ㆍ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전경련 측은 내다봤다.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리스크를 피하려고 거래처를 해외업체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 밖에도 한번 맺은 거래처를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려워져 계약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기존 중소기업만 보호할 뿐 새로운 기업의 출현과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타법에도 이미 기술유용 규제가 다수 도입돼 있어 규제가 중복되고 동일 사안에 중복제재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한, 수ㆍ위탁거래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중기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당사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0만 원 등 직접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은 분쟁조정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고, 하도급법과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상생법이 조사시효와 처분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십 년 전 과거 사건까지 당사자의 분쟁조정 요청이 있을 때 시정명령과 중기부 처벌이 가능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기술유용 문제는 다양한 연관 법령의 운용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인 반면, 입증책임 전환 등 새로운 제재 강화는 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위탁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이 일방적으로 높아지면 거래처 해외변경이 불가피하고 대ㆍ중소 기업 간 협력이 잠재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한편, 기존 거래관계를 보호하느라 신규 중소ㆍ벤처기업의 혁신이 성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