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타이완 총통부를 찾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접견했다. 1979년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지 약 40년 만에 미국과 대만 양국의 최고위급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에이자 장관은 총통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과 민주주의 발전을 격찬했다. 그는 “타이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이는 대만 사회의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덕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차이잉원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 대처 관련 대만의 공헌을 인정하고 국제적 참여를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대만과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협력이 크게 진전됐다는 것을 뜻하며 양국이 모든 방면에서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 목적은 코로나19 관련 협력 추진이지만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에이자의 대만 방문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미·중이 이념 전쟁을 격화하는 가운데 대만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거의 매일 중국과의 갈등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또 대만에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최고위급의 방문을 성사시키는 등 과거보다 대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관계에 내몰린 가운데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이번 대만 방문은 중국의 인내를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에이자 장관은 이날 오후에 대만 위생복리부를 방문해 미국재타이완협회와 미국 주재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 간의 보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한편 대만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77명이며, 이들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에이자 보건 장관의 대만 방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천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만을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 대만을 본토와 합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