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노사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 공동체잖아요. SK하이닉스가 오랜 시간 꽃피워 온 ‘노사불이(勞使不二)’ 문화가 하나의 불씨가 되어서 다른 기업들에도 퍼져 나가길 바랍니다.”
노사불이 신문화추진협의회(이하 노사불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상민ㆍ이미숙 TL(기술ㆍ재능 리더)의 바람이다.
SK하이닉스는 30년간 ‘무분규 사업장’ 타이틀을 지켜왔다. SK하이닉스가 상생과 화합으로 상징되는 노사관계를 유지·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 공동 상설 협의체 ‘노사불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사불이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고자 1995년 SK하이닉스 노동조합과 사측이 함께 시작했다.
노사불이 운영을 담당하는 ER운영팀 이상민 TL은 “어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노사가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더라도, 오늘 노사불이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만큼은 한 곳을 바라보는 동료가 된다”며 “어떤 상황에도 대화가 끊기지 않는 소통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불이의 운영기금은 구성원의 끝돈(급여의 마지막 단위인 1000원 미만의 금액) 기부와 회사의 후원이 함께 이뤄지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구성원 행복 증진을 위한 내부 프로그램과 경기도 이천시 취약계층을 돕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쓰인다.
노사불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구성원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운영에 있어 새롭게 고민해야 할 이슈들도 생기고 있다.
이상민 TL은 노사불이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양한 구성원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소통 과정”을 꼽았다. 노사불이 활동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이 커지면서 더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제안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한 많은 구성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자 노력하지만, 정해진 예산과 인력 상황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가급적 더 많은 혜택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사회공헌 활동의 재개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미숙 TL은 “단순한 성금 모금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노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에 걸맞은 노사불이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민·이미숙 TL은 다른 기업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별한 노사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노사불이가 단순히 기업 내 이해당사자들을 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주변으로 확산하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노사불이가 ‘대립’과 ‘갈등’으로만 묘사돼 온 기업의 노사문화에 ‘상생’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부여하는 역할 모델로서 기능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