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미래차와 인공지능(AI)등 신사업에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규제장벽으로 인해 신산업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 신산업 지원 정책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전기·수소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 지원, 통신망과 충전설비 확장 등 상용 인프라 구축을 통한 미래차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2035년까지 약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유망 산업으로서 향후에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민간 기술력이 미래차 산업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미래차 상용화 로드맵 마련과 시범사업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2년 8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방침을 마련한 이후 2030년까지 자동차 석유 사용량의 50% 감축을 목표로 미래차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작년에는 뉴욕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가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지역의 운행을 시작하는 등 시범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명시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10대 육성 산업의 하나로 ‘신에너지 자동차’를 지정했다.
또한, ‘자동차와 전기차 산업발전계획’을 통해 10년간 1000억 위안(18조5000억 원)을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지원에 투입하며 자국 기업들의 미래차 기술개발과 글로벌 표준 선점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AI 활용 측면에서도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윤리적 규범을 포괄하는 전방위적인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 및 데이터 기술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적용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로 각광 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AI 분야에서 자국의 리더십 유지와 경쟁력 강화를 공표했다. 작년 2월 ‘아메리칸 AI 이니셔티브(The American AI Initiative)’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부처별로 분산 추진돼 온 AI 정책을 정리해, 통합된 관점에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AI 어플리케이션 규제에 관한 가이드’를 발표해, AI 기술개발과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장벽을 최소화했다.
일본은 2016년 ‘AI 산업화 로드맵’을 통해 경제·사회 전 영역을 복합적으로 연결시키는 AI 생태계 조성 전략을 제시했다. ‘AI 전략 2019’에서 AI 시대의 인재 육성과 글로벌 AI 연구·교육 네트워크 구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이노베이티브 플랫폼(Innovative Platform)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 ‘혁신성장 2020 전략투자방향’ 등 다양한 신산업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최근 공유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신산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적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으로,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와 신규진입 사업자 간에 발생하는 규제갈등조정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141개국 중 혁신 역량(Innovation capability) 6위, 비즈니스 역동성(Business dynamism) 25위 등 혁신 생태계 부문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다.
반면, 기업 비즈니스 활동을 제약하는 정부 규제 부담은 87위로, 방글라데시(84위)나 에티오피아(88위) 등 세계 최빈국 수준과 비슷하게 체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 정책의 안정성(76위)도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과 대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주요국들의 신산업 육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시장성 검증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신산업은 장기적 관점의 연속성 있는 정부 지원책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