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따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관계의 악화가 전망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곳에서 철수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대체지로 한국을 응답한 곳은 전무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보안법의 영향과 전망조사’에서 홍콩 진출의 한국기업 88.2%는 홍콩 보안법 시행이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관세특별혜택을 박탈할 경우, 중개무역 거점으로서의 홍콩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도 85.3%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이 홍콩에 관세혜택을 거두면 대미(對美) 수출품들은 최고 25%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홍콩 보안법 시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에 따라 홍콩 진출 한국기업의 55.9%가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11.8%, 다소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44.1%를 차지했다.
응답기업들은 미중갈등 격화로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1.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70.6%는 홍콩 보안법 사태에 따라 한국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국가보안법이 전격 시행되고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까지 겹치면서 부정적 영향이 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홍콩보안법 시행의 영향으로 한국기업의 글로벌 거래처 중 이미 홍콩에서 철수했거나 철수 예정인 기업도 20.6%에 달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홍콩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절반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유럽의 대(對)중국 제재를 살펴본 후 판단하겠다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홍콩의 위상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 곳도 41.2%에 달했으며, ‘홍콩을 통한 중국 우회수출 축소’를 대응방법으로 꼽은 기업은 8.8%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는 원인으로는 ‘금융허브로서의 국제적 위상 추락(47.0%)’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다음으로 △중개무역 거점으로서 혜택 박탈(29.4%) △중국 수출기지로서의 역할 곤란(5.9%) △주요 거래기업의 홍콩탈출 확산(5.9%) 등의 순이었다.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국제적 중요성을 이유로 홍콩에 진출했음을 고려할 때, 금융허브의 중요성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금융허브로 싱가포르(88.2%)를 낙점했다. 서울이나 부산 등 한국을 대체지로 응답한 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다.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3분의 2 이상(67.6%)은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미중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았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단계적인 제재와 중국의 맞대응 지속으로 점진적으로 악화(58.8%)’ 또는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급속히 악화(8.8%)’로 전망했다.
반면,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2.4%에 그쳤으며,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침체로 미중 무역갈등 억제(20.6%)’, ‘미중 양국은 상호의존적 경제구조로 서로간의 대립을 자제(11.8%)’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