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현대ㆍ기아차의 판매 대수가 30% 가까이 줄어들자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동차 부품과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의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발생하고, 수요 자체도 줄어들며 현대ㆍ기아차의 2분기 실적이 지난해 대비 악화했다. 현대차는 2분기 36.3% 감소한 70만3976대를 판매했고, 영업이익은 52%, 매출도 18% 줄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27.8% 줄어든 51만6050대를 판매했다. 영업이익과 매출도 각각 72%, 21%씩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고스란히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모비스 영업익 73%↓…전동화 부품 매출은 50% 늘어=자동차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는 2분기에 168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73.1% 급감한 수치다. 매출액도 20.4% 감소했다.
현대ㆍ기아차의 매출 감소에 따라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 부문 매출이 19.6% 줄었다. 다만, 그중에서도 전동화 부품 매출만큼은 50.1% 증가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량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년 대비 48% 늘어난 점이 관련 부문 매출을 끌어 올렸다.
A/S 부품사업 부문 매출도 23.4%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딜러가 영업하지 못했고, 미주와 유럽 지역 매출이 감소한 점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현대모비스는 상반기에 유럽과 북미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총 5억4700만 달러(약 6574억 원)의 수주를 달성했지만, 올해 말까지의 수주 규모를 기존 예상보다 낮게 조정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주 일정이 일부 연기되며, 올해 수주 예상액을 17억 달러(약 2조432억 원)로 변경했다.
현대모비스는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수주 프로젝트를 북미 지역 대형 고객사를 중심으로 재개하고, 해외 생산 거점 최적화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대비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장기화할 수 있어 하반기에도 선제 유동성 관리와 효율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위아, 영업손실 386억 원…"3분기, 점진적 회복 전망"=엔진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는 2분기 38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1조21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고, 순이익도 -48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양대 사업 부문인 차량부품과 기계 부문 모두 적자를 봤다. 차량부품은 340억 원의 영업손실, 매출 1조500억 원을 기록했고, 기계 부문은 40억 원의 영업손실과 1630억 원의 매출을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자동차 판매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멕시코, 중국, 인도 등 해외법인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다.
기계 부문에서도 코로나19로 제조업 투자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공작기계, 범용기와 공장자동화(FA) 물량이 모두 감소했다.
2분기에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현대위아는 3분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해외 판매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기계 부문에서도 투자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현대차가 내년에 도입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친환경차 전용 부품을 공급하기로 돼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도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친환경 차량용 열관리 시스템과 수소차의 공기압축기 등은 모두 2023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차세대 구동 부품인 IDA는 현대차의 E-GMP 적용이 확정돼 내년 이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 부문에서는 X시리즈를 중심으로 고성능 모델 중심 체제로 전환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 영업익 35% 감소…완성차 생산ㆍ판매 감소 여파=완성차 해상 운송과 물류, 중고차 유통사업 등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의 2분기 영업이익도 35% 감소한 1306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3조26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물류, 해운, 유통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악화했다.
물류 부문은 국내 완성차 생산 감소에 따른 물동량 감소, 완성차 해외공장 셧다운에 따른 현지 내륙운송 물동량 감소로 전년 대비 영업익이 44% 줄었다. 특히, 미주와 유럽 등 해외법인의 매출 감소 폭이 컸다.
해운 부문 영업익은 완성차 해상운송 선적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15% 줄었고, 유통 부문은 완성차 해외공장 셧다운에 따른 CKD(반조립) 물량이 줄어 영업익이 30% 감소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하반기에 현대ㆍ기아차의 신차 투입 효과로 코로나19 영향을 상쇄하고, 세계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점쳐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익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