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을 재차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임상시험과 상업생산을 병행하며, 임상 2상을 마친 후 허가 전에 환자에게 사용하는 긴급사용승인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부터 송도 공장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상업생산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임상 3상에 필요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긴급사용승인 시 환자 투여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을 마치고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는 지난 17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충남대병원에서 32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CT-P59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3분기 중 완료하고 글로벌 임상 2상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서 회장은 "식약처가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일주일 만에 이를 승인했다"며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 아래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리제네론 등 전 세계 51개 기업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를 최단 시간에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올 연말까지 임상에 주력하고, 임상 2상이 끝나면 임상 1·2상 결과를 함께 발표하겠다"며 "임상 3상은 3000명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CT-P59는 페럿(족제비)을 대상으로 한 효능시험에서 폐의 염증 수준이 현저히 개선되고 바이러스 역가가 100분의 1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햄스터 실험에서도 바이러스가 190분의 1 이하로 감소했으며, 부검 후 육안으로 관찰한 폐 모양에서 대조군 대비 염증이 뚜렷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항체치료제는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되고 혈장치료제와 달리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제조원가가 높아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는 것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미 항체치료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기술력으로 제조원가를 낮춰 승부를 볼 예정이다. 그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느 회사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라며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 회장은 지속해서 제기되는 바이러스의 변이 우려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만 개 염기서열 중 5786개에 변이가 일어났다. 다만, 이는 개발 중인 치료제들의 효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셀트리온은 신규 발생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슈퍼항체도 연구 중이다. 이미 독감에 대한 슈퍼안티바디를 개발해 광범위한 바이러스 중화능을 확인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2020년 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서 회장은 "올 연말이 지나면 후배들이 항체치료제 개발을 지휘할 것"이라며 "셀트리온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국력 신장에 일조할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