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체육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내년부터 5G 관련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이미 도입된 화웨이 장비도 오는 2027년까지 전면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에서 또한 2년 내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토록 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이날 오전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이러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든 장관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영국의 통신 네트워크와 국가안보, 경제를 위해 현재는 물론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이라며 “다음 총선까지 영국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안을 되돌리지 못하게 법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5G 통신망에서 화웨이를 제거하는 것은 존슨 총리에게 있어 큰 방향 전환이며, 매우 신중해야 할 시기에 영국과 중국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영국이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면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비핵심 부문에서 점유율 35%를 넘지 않는 조건 하에서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허용했다. 하지만 화웨이 장비 사용이 미국을 포함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동맹국들과의 정보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인 미국과 영국은 민감한 정보를 공유해왔는데,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나라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도 발표됐다. 그간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는데, 한발 더 나아가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영국 정부는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추가 리스크를 검토해왔다.
한편 영국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반(反)화웨이 전선을 구축해 온 미국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영국이 화웨이를 미래 5G 통신망에서 금지하고, 신뢰할 수 없는 화웨이 장비를 기존 통신망에서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