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99% 줄었는데 면세점 늘린다고?"…정부-면세업계 ‘갈등 고조’

입력 2020-07-13 17:22 수정 2020-07-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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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주 신규사업권 허용에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 업계 반발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사진=뉴시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사진=뉴시스)

“사업권 포기가 속출하는데 신규 면세점이라니…”

정부가 내달 중 신규 면세사업자 신청을 받기로 하자 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입출국자 급감으로 매출이 폭락한 면세업계와의 상생을 외면한채 또 다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것은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국제공항의 일일 입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20만명 내외였으나 현재는 2000명 미만이며 그나마 내국인 출국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내점 가능한 고객 수가 100분의 1로 줄었음에도 면세점을 더 늘리려는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보에 업계가 날선 비난을 내놓는 이유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적자 누적으로 문을 닫는 면세점이 늘고 있지만 정부가 면세점을 살리는 대책을 내놓은 대신 무분별한 면세점 확장 정책을 내놓으면서 업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2개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대기업의 신청을 받고 심사 절차를 거쳐 올해 12월~내년 초에 서울과 제주에 각각 1개씩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보다 2000억 원 이상 혹은 외국인 관광객이 2만 명 이상 늘어난 경우 해당 지역에 대기업 면세점 신규특허를 부여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면세 매출을 기준으로 한 이번 신규 특허 부여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작년 상황과 올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며 “신규 사업자 선정보다 기존 사업자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의 신규 면세점 선정 정책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반응을 미리 의식한 듯 매출과 외국인 관광객수가 기준치 이상으로 늘어난 지역은 서울, 제주, 부산, 경기지만 서울과 제주에만 면세사업권을 추가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서는 사업포기가 속출하는 가운데 신규 면세점의 흥행실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또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100명 오던 고객이 1명으로 줄었는데 매장을 또 늘리겠다는 정책은 시장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며 “대기업 상당수가 이번 입찰에 보이콧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사업권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유통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기존 빅2인 롯데와 신라 외에 신라아이파크, 두산, 갤러리아, 에스엠, 신세계 등이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운영 전 기대감만큼 큰 적자가 이어지며 사업권 포기가 줄을 이었다. 이미 코로나19가 발생하기도 전인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인 갤러리아와 두산이 사업권을 반납했고 올 들어 에스엠면세점도 4월 시내면세점에 이어 지난 6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까지 사업권 연장을 포기했다.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3월 1터미널 DF8, DF9구역 입찰에 참가했다가 돌연 포기하기도 했다.

에스엠면세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 연장 포기로 인천공항은 면세점 공실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롯데, 신라 등이 면세사업권 연장을 검토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가간 이동이 계속 제한되면 이 같은 면세점 도미노 폐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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