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담배 시장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만 성장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구매층이 대거 궐련형 전자담배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9일 세계담배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한국의 궐련형전자담배 시장은 1조8700억 원으로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 담배 시장은 17조 19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연초 시장은 15 조 1800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지난해 875억원을 기록했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시장 초창기 향후 5년간 두자릿수 성장이 전망됐지만 정부 규제로 올해 시장규모는 80% 가량 줄어든 168억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 담배 시장은 17조 1195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152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러시아는 판매액 기준으로는 세계 3위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 판매량 기준으로는 한국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세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118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각각 13%, 19% 성장한 172억, 14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측은 전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시장만 역신장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담배 시장 조사를 담당한 유로모니터 이오륜 선임 연구원은 “한국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보급률이 높아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정성에 의구심을 품은 소비자들이 재빨리 궐련형 전자담배로 제품 구매 패턴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전 세계 담배 시장 규모는 8175억 달러로 2020년 예상 시장규모는 2019년 대비 0.1% 떨어진 8168억 달러로 예측됐다.
한국 연초 시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가향 담배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초 소비자 10명 중 2명은 가향 담배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 소비량이 높은 일본(7%), 중국(1.7%)의 가향담배 비중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유로모니터는 가향 연초의 주요 소비 계층이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도 함께 사용하는 소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오륜 선임 연구원은 “전자담배와 연초를 둘 다 사용하는, 이른바 ‘멀티 유저’들이 연초 선택 시 가향 담배를 선호한다”며, “이는 제한된 흡연구역과 담배 냄새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트렌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