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성<사진>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겸 동덕여대 교수는 “언택트 시대 특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며 준비해오던 것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라인 유통 기반인 배송 시스템과 빅데이터 추천 시스템의 결합으로 쇼핑이 쉬워질 것으로 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며 유통업계 움직임이 분주하다. 배송 서비스 확대, 온라인 마케팅 강화,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등 온라인 중심의 유통업 재편은 이미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김 명예회장은 경쟁력 있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라고 꼽았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류센터 기능의 최적화·효율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하는 업무는 자동화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기계 설비, 시범 운영 기간 등 자동화 시스템을 시작하기까지 쏟아야 할 시간도 만만치 않다”면서도 “유통업계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를 육박하는 만큼, 자동화 비율을 높여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시대엔 소비자가 아닌 AI가 물건을 추천하고 선택한다. 빅데이터가 소비자 개별 취향을 분석해 원하는 물건을 추천하면 소비자는 결제 승인만 하면 된다. 한 마디로 쇼핑이 쉬워지는 것이다.
김 명예회장은 “언택트 시대 가장 큰 특징은 내가 아닌 빅데이터가 추천하고 제안해준다는 것이다. 물건을 선택할 때, 가령 옷이라고 하면 빅데이터 프로그램이 소비자 취향에 맞는 형태의 옷을 추천하고 소비자는 굳이 입어보지 않아도 스크린상에서 옷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는 결제 승인만 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빅데이터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유통업계간 결합이 활발할 것으로 봤다. 얼마만큼의 빅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추천 시스템의 경쟁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은 “소비자 빅데이터를 가진 금융권과 유통업계간 결합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유통 대기업들은 고도화된 추천 시스템을 갖기 위해 어떤 금융권과 손잡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느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채널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언택트 시대는 온·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옴니 채널’ 형태로 갈 것이라는 게 김 명예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반품할 수도 있고, 똑같은 사이즈로 나온 옷이라 해도 브랜드마다 형태가 달라 직접 입어보고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또 제품 가격이 비쌀수록 그에 맞는 고급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에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 속에서 오프라인이 필요할 때 불편함 없이 오프라인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언택트 시대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옴니 채널로 갈 수밖에 없다. 둘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