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주가는 전날 무려 8.3%나 폭락했다. 이는 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은 560억 달러(약 67조4240억 원) 증발했고,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저커버그의 재산 가치 역시 72억 달러가 날아갔다.
이 여파로 인해 저커버그는 세계 부호 순위에서도 한 계단 내려왔다. 저커버그 CEO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에 이어 세계 3위 갑부였는데,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보다 낮은 4위로 밀려난 것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내버려 두기로 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광고 보이콧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각각 올렸는데, 트위터는 ‘폭력 미화’를 이유로 경고 딱지를 붙였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그대로 뒀다. 즉각적인 위협을 유발하지 않는 한 최대한 많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페이스북의 소극적 대응은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샀다. 급기야 페이스북을 겨냥해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운동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이 시작한 이 운동은 광고주들에게 7월 한 달간 페이스북에 광고를 끊을 것을 요구한다. 세계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를 포함해 코카콜라, 의류업체 노스페이스·리바이스·파타고니아, 혼다자동차,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개발사 모질라, 통신회사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 등 90여 개 이상의 회사가 여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저커버그 CEO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기존 입장을 뒤집어 정치 지도자의 게시물이라도 폭력을 선동하거나 투표 참여를 방해한다면 삭제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지난 26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된 직원들과의 모임에서 “나는 페이스북을 주요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논의 공간으로 남게 할 것을 약속한다”며 “하지만 또한 나는 증오, 폭력 선동, 투표 억압에도 반대한다. 우리는 그게 어디에서 왔든 그러한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오늘 발표한 규정에는 정치인에 대한 예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뒷수습이 사태를 얼마나 진정시킬지는 미지수다. 이날도 펩시코가 7~8월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최소 30일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전날 밝힌 코카콜라에 이어, 음료업계 최강 라이벌인 두 업체가 나란히 페이스북 광고 거부에 동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