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선사가 배를 빌리고 지급하는 용선료가 반값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용선료가 급감한 것은 물동량 감소가 주 원인으로 해운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4일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최근 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급 이상인 대형 선박의 용선료가 올초 대비 최대 5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외 파나막스급 선박은 35~40%, 3500TEU급 이하의 선박은 15~20% 가량 하락했다.
사선보다 용선 비중이 훨씬 높아 매년 수 조원의 용선료를 지불해야하는 상당수 선사들에게 용선료 하락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국내 대형선사 HMM 역시 용선 비중이 60%가 넘는다. HMM의 보유 선박은 오는 9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까지 더하면 총 68척이다.
이 중 용선은 43척으로 비중이 63%에 달한다. 2018년 HMM이 지불한 용선료는 1조7325억 원, 지난해는 1조4724억 원으로 연간 용선료는 매출액의 20~30%를 차지한다.
다만, 대부분 선사들은 선박 별로 장기간(5년 이상) 용선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이 같은 용선료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호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용선료 하락이 선사에게 무조건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원양항로의 임시결항이 증가한 상황이 용선료 급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 조원에 달하는 용선료가 줄어든다는 건 비용절감 측면에서 해운업계 에 일부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동량 증가"라고 설명했다.
다만, 6월 들어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어 물동량이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선사들의 피해 규모도 덜 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9년에는 글로벌 물동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 시장운임도 25% 하락해 선사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에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 별로 과도한 경쟁 지양, 수익성 개선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도 상승세로 최근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00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