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를 휩쓴 4월 편의점은 그야말로 죽을 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3월에 이어 4월 역시 부진을 이어갔다. 다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이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담배는 홀로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이 담배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산업부에 따르면 4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로 집계됐다. 직전달 -2.7%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6월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2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조사 대상은 GS25와 CU(씨유), 세븐일레븐 등 3사다.
다중 집객 시설 기피로 선방했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타격이 심했던 대형마트는 장기 저장 목적 소비가 늘며 되레 -1.0%를 기록해 편의점보다 되레 선방했다.
품목별로는 생활용품이 8.7% 떨어졌고, 잡화도 10.8% 추락했다. 음료와 가공식품은 -3.4%, 즉석식품은 무려 -15.6% 급락했다. 재택 근무와 개학 연기에 따른 여파가 컸다. 학교 및 학원가 매출은 편의점 전체 매출의 10% 내외 수준으로 적지 않다. 집 밖 외출을 꺼리며 공원 및 유원지 점포 타격도 컸다. 공원 매출은 전체 매출의 5% 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담배 매출을 홀로 웃었다. 4월 담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로 오르며 편의점의 급격한 부진을 방어했다. 이에 따라 담배가 편의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지난해 말 41.1%에서 4월 44.0%로 올랐다.
담배가 기호식품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선식품과 의류 등은 다른 채널에서도 쉽게 구입이 가능하지만, 담배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소비가 이뤄진다. 코로나19에도 쉽게 줄이기 힘든 품목이라는 얘기다. 실제 담배는 산업부가 통계 작성 이후 단 한 차례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적이 없는 품목이기도 하다.
다른 이유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사용이 꼽힌다. 4월부터 지자체의 지원금이 제로페이나 코나카드 등으로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저장기간이 긴 담배에 수요가 몰렸다는 얘기다. 생필품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데 반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의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어디서나 가격이 같은 담배 소비가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편의점주는 “4월 중순부터 코나카드로 2~3보루씩 사는 고객들이 늘었다”면서 “평일 담배가 30만 원어치 정도 팔리는 데 최근엔 50만 원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5월부터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되면서 편의점의 담배 판매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와인이나 육류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제품과 담배 등의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