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들여 지었는데...실리콘밸리 IT 공룡 본사 사옥, 코로나로 무용지물되나

입력 2020-05-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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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유리공 3개를 나열해 놓은 돔형태의 사옥 ‘더 스피어스’ 전경. 시애틀/AP연합뉴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의 유리공 3개를 나열해 놓은 돔형태의 사옥 ‘더 스피어스’ 전경. 시애틀/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 기업의 업무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재택 근무의 효용성이 재조명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공룡’들이 거액을 들여 구축한 최첨단 사옥이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자택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IT 기업들은 앞다퉈 직원들을 집으로 보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최근 경제 재개와 함께 기업들도 업무 재가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맛을 본 IT 공룡들은 재택 근무 방침을 계속 이어갈 모양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원한다면 영원히 집에서 근무해도 좋다”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최소 올해 말까지 재택 근무를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50인 이상 모임을 내년 6월까지 아예 불허했다.

재택 근무 유지로 IT 공룡들이 엄청난 돈을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초호화 사옥들이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페이스북·알파벳·애플 등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는 첨단기술의 메카였고 혁신적인 사무공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애플은 50억 달러를 들여 우주선 모양의 본사 ‘애플파크’를 지었고 세일스포스는 샌프란시스코 심장에 61층 타워를 올렸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나무로 가득 찬 유리공 3개를 나열해 놓은 듯한 돔형 사옥 ‘더 스피어스’를 완공했다. 이들은 혁신적인 사무공간 배치, 협동적인 작업 공간을 비롯해 탁구대와 대규모 카페가 갖춰진 그야말로 최첨단 캠퍼스를 자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 근무가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혁신 캠퍼스도 이용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IT 공룡들은 아예 사업 방식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매년 개최해오던 콘퍼런스와 제품 출시 행사를 가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애플은 6월에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나아가 IT 기업들은 재택 근무 활성화를 실리콘밸리 밖의 유능한 인재 영입 기회로도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치솟는 집값과 생활비는 유능한 인재들의 실리콘밸리행을 가로막아왔다.

애플과 구글에서 인력 채용을 담당했던 호세 콩은 “코로나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면서 “본사 근무가 필수가 아니면 어디서든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인재 풀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의사소통과 협력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것이다. 제이슨 오언-스미스 미시간 대 사회학 교수는 “연구 결과, 최첨단 기술 산업은 공간을 함께 공유하지 않는 게 업무에 단점으로 작용했다”면서 “짧지만 우연한 대화가 참신한 아이디어 도출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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