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시작될 '신차 기근’에 대비해 제품군을 축소한다.
사실상 '모델 노후화' 초기에 진입하는 만큼, 돈이 되는 차만 남기고 과감하게 단종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영업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전동화 작업의 '조기 추진'도 검토 중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부터 시작될 신차 기근에 대비해 '영업이익 방어' 전략을 수립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2019년부터 잇따라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신차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아차 역시 올해부터 대대적인 신차 교체 주기에 접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어졌음에도 주요 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런 '신차 효과' 덕이다.
완성차는 등급과 시장경쟁 구도에 따라 짧게는 5~7년, 길게는 10년마다 신차를 내놓는다.
1990년 준중형차 스텔라 후속으로 등장한 1세대 아반떼(엘란트라)는 이후 5년마다 신차를 내놨고, 2020년 7세대(코드네임 CN7)로 거듭났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싼타페급의 중형 SUV는 7년마다 '모델 완전변경'을 단행한다.
각기 다른 교체 주기를 지닌 현대ㆍ기아차의 주력 새 모델은 공교롭게도 2019~202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교체 주기가 맞물렸다.
지난해부터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부분변경), 아반떼가 신차를 내놨다. 이른바 '슈퍼 신차 사이클'이다.
신차 출시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한다. 현대차 싼타페(부분변경)와 투싼, 기아차 카니발 등 주력 모델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집중해 신차가 쏟아지는 만큼, 이들 교체 주기가 종료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차 절벽이 시작된다. 이른바 ‘모델 노후화’ 초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2021~2023년 사이 별다른 신차를 내놓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모델 노후화=인센티브(할인) 확대’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영업이익 방어 전략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응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품군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한때 ‘이미지 리더’ 역할을 맡았던 일부 차종도 판매가 부진하면 과감하게 단종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현대차는 소형차급인 엑센트, 기아차는 프라이드 국내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러시아를 포함한 일부 신흥국에서는 해당 차종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단종 전략은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도 속속 단행 중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상징적이었던 ‘뉴 비틀’을 단종했다. ‘브람 쇼트’ 아우디 CEO도 작년 11월 “현재 판매 중인 완성차 제품군도 최대 30%를 단종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렉서스 역시 판매 부진을 이유로 스포츠 세단 GS 단종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역시 주요시장별로 판매 부진을 겪는 일부 모델의 단종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뜻이다.
나아가 모델 축소로 향후 본격화될 ‘카 셰어링’ 시대에도 대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이면 전 세계 카 셰어링 이용 회원수가 3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를 대비해 유럽과 미국에서 카 셰어링 실증작업도 추진 중이다.
카 셰어링에 사용되는 자동차만 약 45만 대 수준. 이 수요가 개인 소유 자동차 500만 대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불보듯 뻔한 '산업 수요 감소'를 대비해 경쟁력을 갖춘 모델만 남기겠다는 뜻도 된다.
이 밖에 신차 기근 시기에 맞춰 전동화 전략도 강화한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내년께 전동화 플랫폼이 완성되면 전체 라인업의 전동화가 가능해진다”며 “내연기관의 추가 개발보다 전동화 전환 비용이 유리한 만큼, 주요 시장별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남기고, 신차 기근은 전기차 출시로 맞대응한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각각 2025년까지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접근 중"이라며 "특히 기아차는 브랜드 로고까지 전기차 시대에 맞춰 변경하는 등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