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편법 증여 조사에 불구하고 가족 간 아파트 증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국에서 매월 5000여 건에 달한다. 서울에선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서 증여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증여 건수가 줄지 않는 현상을 두고 보유세(종부세+재산세)와 양도세 중과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도보다는 증여 쪽으로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거래는 1만6758건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5600건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간 서울에서는 3966건의 아파트 증여가 이뤄졌다. 매월 1300건이 넘는 수치다. 전체 증여 거래에서는 23.67%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서울에서는 강남4구의 증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자산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자녀 등 가족에게 아파트를 넘겨주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에서는 1분기 406건의 아파트 증여가 이뤄졌다. 송파구는 298건, 서초구는 290건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4구로 편입된 강동구에서는 844건의 아파트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기존 강남3구 대비 상대적으로 늦게 집값이 솟구치면서 현재 증여가 가장 활발한 곳이 됐다.
세금 부담을 단순 비교하면 양도세보다 증여세액이 크지만, 지금처럼 ‘똘똘한 한 채’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을 고려하면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증여 선택에 무게가 기운다. 세대 분리한 가족에게 집을 증여할 때 전세보증금 등의 채무도 넘기는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면 세금도 줄일 수 있다.
종부세의 경우 부동산 합산금액이 높아질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녀 등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분산시켜 종부세율을 낮추면 그만큼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집을 처분하는 것보다는 증여세를 내는 게 유리하하기 때문에 증여 거래가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강남4구를 비롯한 서울과 전국에서 아파트 증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편법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전국 3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신고가 접수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분양권 포함) 거래는 1만66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당국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 추출한 이상거래는 1694건으로 전체의 10%를 웃돌았다. 당국이 파악한 이상거래 중 1608건의 조사를 완료한 결과, 탈세가 의심되는 거래가 835건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자와의 편법 거래를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