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인도 공장 가스 누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중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이 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현장으로 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신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본사와 현지법인이 사고 현황과 대책 수립 등 공유하고 있으며, LG그룹도 LG화학과 유기적으로 공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 공장에서는 지난 7일 새벽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 인근 주민 12명이 사망했다. 인근 마을의 주민 800∼1000명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는 SM(스타일렌모노머) 저장 탱크에서 유증기 누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공장의 가스 누출은 통제된 상태다.
이번 사고로 LG폴리머스 경영진은 독성물질 관리 소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됐고, 인도 환경재판소로부터 5억 루피(약 81억 원) 공탁을 명령받았다.
환경재판소는 산업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업체들의 환경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일종의 특별법원이다.
LG폴리머스인디아는 전날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피해자 대책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LG폴리머스는 “이번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향후 사고 원인조사, 재발방지대책 및 치료 등 제반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 안정화에 주력하는 한편, 최우선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분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정부기관과 함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곧바로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사고 발생 직후에는 코로나19로 봉쇄 조처가 내려져 인력 지원이 어려워 현지 법인장을 중심으로 사고 수습에 나섰으나, 사안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추가로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신 부회장이 직접 인도에 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LG화학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하는 사건이 발생한 당시 관련 생산설비 폐쇄라는 초강수 조처를 하며 신뢰 회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신 부회장은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책임 있는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문제가 된 여수 PVC 공장 페이스트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1996년 인도 최대 폴리스티렌(PS) 수지 제조업체 ‘힌두스탄 폴리머’를 인수하고 이듬해 LG폴리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LG폴리머스의 공장 규모 66만㎡, 근무 직원은 300여 명으로, 정선기 법인장 등 5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현지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