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1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수출입은 동반 감소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뺀 자금은 역대 최대폭을 경신했고, 해외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로 파생금융상품은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개입에 준비자산은 8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4월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확산)으로까지 번진 여파로 무역수지가 적자전환한 데다 배당금 수요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는 전년동월대비 16.1% 감소한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464억2000만 달러를, 수입은 394억2000만 달러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3%와 0.6% 감소한 것이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0.7% 줄어든 466억9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정보통신기기(28.6%)와 승용차(7.2%) 등이 증가한 반면, 선박(-32.4%), 석유제품(-10.9%), 반도체(-3.0%) 등은 감소했다. 수입은 0.3% 증가한 421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본재(7.0%)가 증가한 반면, 원자재(-3.0%)와 소비재(-3.8%)는 감소했다.
이는 수출에서는 대중국 수출 감소와 수출품목 단가하락이, 수입에서는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자본재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유와 원자재, 소비재 수입이 감소한 것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동월보다 30.4% 감소한 1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 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 9억5000만 달러에서 5억5000만 달러로 축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여행수지 적자 폭은 작년 같은 기간 1억7000만 달러보다 증가한 3억7000만 달러를 보였다. 출국자수 감소폭(-93.9%)보다 입국자수 감소폭(-94.6%)이 더 컸던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지급 감소 등으로 전년동월 6억1000만 달러 적자에서 9억3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이전소득수지는 2억3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규모는 89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106억3000만 달러를 빼갔다. 다만 채권시장을 의미하는 부채성증권은 16억6000만 달러 투자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도 13억3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7개월 만에 감소세며, 2015년 8월(-13억6830만 달러)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파생금융상품도 23억3000만 달러 증가해 작년 6월(23억8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주가하락과 안전자산 선호, 파생상품 투자손실 등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성격인 준비자산은 89억2000만 달러 감소해 2011년 9월(-128억8000만 달러)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조치 여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꽤 컸다. 코로나19 여파가 3월 중순 이후부터 확대되면서 수출 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악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했다”며 “금융계정쪽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현금확보 성향과 파생상품 손실 실현, 중앙은행 준비자산 감소 등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월엔 적자전환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9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다, 수익성 악화로 지급규모가 줄어든다 해도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즌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