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약 4400억 달러(약 539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닛케이는 세계 약 8400개 업체의 실적 발표 수치나 시장 예상을 바탕으로 이런 결과를 산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세계 기업들의 순익은 2015~16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지역별로는 일본이 78% 감소로 가장 부진했으며 유럽 기업들의 순익도 71%, 미국은 36% 각각 감소했다. 일본과 유럽은 자동차나 소재, 에너지 등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해 부진이 두드러졌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미국은 IT나 의약·헬스케어 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2분기도 전망은 암울하다. 시장은 1분기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기업 순익이 전년보다 약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50~60%로 다른 지역보다 부진한 모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은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 경제활동이 일찍 재개돼 1분기 순익이 26% 감소하고 나서 2분기에는 12% 감소로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닛케이는 내다봤다.
세계적으로는 3분기부터 기업 이익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수습에 시간이 걸리면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 실적 하강세를 면하기는 어렵다.
업종별로는 전 세계적인 여행 중단으로 항공업계의 타격이 가장 컸다. 글로벌 항공업체 73개사는 1분기 총 58억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메이저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2분기에 항공업계 적자는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이 일시 중지된 세계 자동차업체 158개사의 1분기 순익은 전년보다 85% 급감했다. 자동차업종은 2분기에는 적자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1분기 6억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분기는 적자폭이 5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프랑크 비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외출 제한으로 소매와 서비스 업종 사업 환경도 급변했다. 독일 아디다스는 세계 매장의 70%가 휴업 중이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3월 중순에 절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경영 환경이 확 바뀌었다”고 한탄했다.
미국은 그나마 IT와 헬스케어 업종이 선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재택근무로 클라우드 서비스와 화상회의 이용이 급증하면서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22% 늘어난 108억 달러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년에 걸쳐 진행될 디지털 변혁이 불과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존슨앤드존슨(J&J)은 처방약이나 일상용품 비축 수요가 커지면서 순익이 55%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