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금협상이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지난해 법인분할(물적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조합원들의 징계 해제를 요청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현대차 노조의 태도를 참고해 협상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5월 2일 2019년 임금ㆍ단체협상을 시작한 이후 무려 5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날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회사 법인분할을 둘러싸고 벌이던 갈등이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것이다.
노조는 반대 파업 과정에서 주주총회장 봉쇄와 파손 파업 등을 벌였다. 회사는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물어 일부 조합원들에게 해고, 감봉 등 징계를 내렸다.
이후 노조가 협상 전제조건으로 노조원 1415명의 징계 철회를 내세우면서 임단협은 더욱 난항에 빠졌다. 노조는 지난달 20일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부분 파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견해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녔다.
회사는 노조에 성과금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지급하고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성과금 산출 기준에 노조 제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노조 리스크를 안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올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에너지업체 엑손모빌은 올해 예정된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투자를 무기한 연기했다. 14척의 LNG선 발주가 예상됐던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각국의 심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EU 당국은 인수와 관련한 심사를 중지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일부 기업들이 EU 측의 정보 요청에 대답하는 것을 미룬 데 따른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최근 유연한 태도를 보인 현대차 노조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발간한 소식지에서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독일 노사의 위기 협약을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 해법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해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일삼았던 현대차 노조가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한 발짝 양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마저 코로나19로 회사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대중공업 노조도 글로벌 조선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존 태도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