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이라는 전 세계의 염원을 향해 국내외의 치료제 개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한 제약바이오업체들의 계획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재창출과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상업화 임상까지 진입하면서 연구·개발(R&D)이 더욱 탄력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 부광약품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2상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상업화 임상이 식약처 승인을 받은 것은 부광약품이 처음이다.
레보비르는 아시아에서 처음 개발된 B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다. 국산 11호 신약으로 시판 중이며, 지난달 시험관 내 시험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확인됐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를 통한 신약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 기존 약물을 활용해 새로운 약을 만드는 신약 재창출은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고려했을 때 가장 실효성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레보비르가 이번 임상에서 유효한 결과를 얻으면 조건부 허가 가능성도 있다.
항체치료제 개발에 나선 셀트리온은 13일 중화능력 검증을 거쳐 최종 항체 후보군 38개를 선정했다. 이 중 14개는 강력한 중화 능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와 손잡고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최종 항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세포주를 개발해 인체임상물질 대량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질본에서 실험쥐 대상 효력시험과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 실시해 개발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인체 임상은 7월 진입 예정이며, 임상 진입 후 6개월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GC녹십자는 하반기 중 세계 최초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출시할 계획이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서 만든 고면역글로불린이다. 이미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된 면역글로불린제제와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혈장치료는 완치자에게 코로나19 항체가 생겼다고 가정하고 이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현재 다케다, 그리포스 등 세계적인 혈액제제 회사들도 정부 지원을 받아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다만, 완치자의 혈액이 필요해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대웅테라퓨틱스와 대웅제약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구충제 ‘니클로마사이드’ 성분에 대한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영장류 효능시험을 거쳐 7월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할 예정이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보다 40배 높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으나, 경구 복용 시 인체 내 혈중농도 유지가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이용해 니클로사마이드의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제형 개발에 성공,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녹십자랩셀, 카이노스메드, 코미팜, 일양약품, 셀리버리, 신풍제약 등이 신약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앱클론과 유틸렉스는 항체지료제 신약 개발에 나섰다. 젬백스앤카엘의 ‘GV1001’과 파미셀의 ‘셀그램-AKI’, 이뮨메드의 ‘VSF’는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로, 상업화와는 별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렘데시비르는 글로벌 3상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길리어드는 4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3상의 결과를 중증 환자 데이터부터 발표하기로 확정했다.
미국·유럽·일본 공동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동정적 사용을 통한 렘데시비르 다국가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총 53명의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에서 36명(68%)에게 호흡곤란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한 환자는 25명(47%)이었다. 치사율은 13%로, 기존에 보고된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임상의 치사율(22%)보다 낮았다.
해당 임상은 환자 수가 적고 대조군과의 비교시험이 아니어서 효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렘데시비르의 가능성은 입증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완치율과 예상보다 높은 사망률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길리어드는 최근 렘데시비르의 글로벌 3상 디자인을 수정해 기존 중등도 600명, 중증 400명 대상에서 중등도 1600명, 중증 2400명으로 임상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 임상의 1차 지표도 7점 순위 척도로 구체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 효능의 치료제가 출시되지 않는다면 국내 제약사들에도 상업화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면서 “렘데시비르 외에도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수요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