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19에 엔고 장기화 위험 직면…‘1달러=100엔’ 붕괴 불안도

입력 2020-04-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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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유동성 공급에 달러 수급난 완화하면 엔화 가치 강세…일본, 해외자산 매각 우려도

▲달러·엔 환율 추이. 13일 오후 2시 50분 현재 107.91엔. 출처 블룸버그
▲달러·엔 환율 추이. 13일 오후 2시 50분 현재 107.91엔. 출처 블룸버그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엔고 장기화 위험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전망이 서지 않는 가운데 올 가을까지 지속하면 달러·엔 환율 100엔 선이 붕괴(엔화 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고 13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수급난이 완화하면서 미국 금리 하락이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씨티그룹증권의 다카시마 오사무 수석 환율 투자전략가는 “올해 2분기 달러·엔 환율 하한선을 100엔 정도로 상정했다”며 “세계적인 달러 부족 현상 등 지난 3월 달러 가치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수급 요인이 약해지면서 시장이 미국 금리 하락으로 상징되는 펀더멘털에 다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정책이 달러 약세·엔 강세 압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현재 사상 초유의 통화정책 완화와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천명했으며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매입 방침까지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 원)가 넘는 재정적 부양책을 펼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자 더욱 큰 규모의 새 부양책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평소 상황이라면 달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투자자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러 확보에 매달리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오히려 올 들어 지금까지 3% 이상 올랐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수급 불안이 완화하면 결국 투자자들이 지금까지의 연준과 미국 정부 정책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해외 증권투자도 코로나19 불확실성에 현재 소극적이어서 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수석 환율 투자전략가는 “적어도 다음 달 초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의 일본 황금연휴)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시마 투자전략가는 “미국 금리 수준이 크게 내려간 상황인데 생명보험업체 등 주요 일본 투자자들이 달러·엔 환율 100엔 이상에 무작정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세키도 다카히로 글로벌 마켓 리서치 일본 투자전략가는 “이대로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하면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처분을 촉발할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엔고 압력은 막대하다. 만일 1000조 엔(약 1경1300조 원) 이상의 대외자산 중 절반을 환헤지 한다면 달러·엔 환율이 10엔 떨어질 것이다. 가을 정도까지 이번 사태가 계속되면 달러·엔 환율 100엔 붕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5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53% 하락한 107.91엔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당 엔 가치는 올해 0.6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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