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는 등 시장 혼란이 커지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요 산유국에 ‘SOS’를 청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원유 시장 안정 논의를 위해 10일 긴급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화상 회의를 요청했다.
사우디 정부는 성명을 통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해 G20 에너지 장관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봉쇄로 인한 에너지 소비국의 수요 급감 대응을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재로 G20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린 지 약 2주 만으로, 유가 급락에 따른 시장 불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9일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아우르는 ‘OPEC플러스(+)’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에 대처하고 지난달 6일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유가 급락을 초래한 데 대한 후속 논의를 위해서다. 사우디 긴급회의 요청에 대해 “원유 시장의 균형과 안정을 이루기 위한 공평한 합의가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사우디는 OPEC+ 긴급 회의에 원래 참여국 외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도 초청했다. 감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미국을 비롯한 산유국의 동참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국제유가 급락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일 10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OPEC+에 요구한 가운데 OPEC+ 측에서는 미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OPEC+ 관계자는 “미국 없이는 감산 합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6배에 달하는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산유국 간 합의에 난관이 예상되자 국제유가는 또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4%(2.45달러) 떨어진 배럴당 2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물 WTI는 전날에도 8.0% 하락했다. 지난 2일 24.7%, 3일에는 11.9% 폭등했다가 이번 주 들어서는 폭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감산 합의마저 실패하면서 유가는 최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