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파산협회(ABI) 조사에서 올해 1분기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은 총 1709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고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3월에는 파산보호 신청 기업이 530개사로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했다. 파산보호는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제도다.
1분기 기업과 소비자를 합친 전체 파산신청 건수는 총 17만7198건으로 전년보다 5% 감소했다. 다만 이는 전체 건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 파산신청이 전년보다 6% 줄어든 16만7381건을 기록한 영향이다. 지난 분기 파산보호를 포함해 기업 전체 파산 건수는 전년보다 4% 증가한 9817건으로 집계됐다.
에이미 퀵켄보스 ABI 사무총장은 “1분기는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촉발한 재정적 고통이라는 폭풍이 다가오기 전의 고요함에 불과하다”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 팬데믹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기업, 초여름에는 소비자 파산신청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닛케이는 코로나19에 따른 변화가 소매와 에너지, 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 재무를 압박하고 있다며 특히 유가 급락으로 신용 불안이 높아진 에너지 업체들의 경영 파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석유채굴업체인 파이오니어에너지서비시스와 텍사스주 소재 석유업체인 트리포인트(Tri-point)오일앤드가스프로덕션이 잇따라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달 들어서도 셰일업체인 화이팅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 대열에 합류했다.
3월 초 감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아예 반대로 ‘유가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 에너지 업계를 뒤흔들었다. 감산 합의 실패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한때 배럴당 20달러 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에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직면하면서 원유 수요는 더욱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 업계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한다.
벤처기업들도 경영난에 예외는 아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한 위성통신 스타트업 원웹은 지난달 27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혼란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외출 제한 등으로 영업정지를 피할 수 없게 된 소매와 레스토랑 업체의 파산도 잇따랐다. 뉴욕 소재 고급 식료품 체인 딘&델루카(DEAN&DELUCA)는 3월 31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심지어 병원마저 파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23개 병원을 운영하는 쿼럼헬스코퍼레이션(QHC)은 전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QHC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환자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경영난이 가중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