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못 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코스피 상장기업 685개사의 지난해 개별ㆍ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현금성자산이 감소하고 차입금은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장기업들의 총 현금성자산은 2018년 142조 원에서 지난해 131조7000억 원으로 10조3000억 원(7.3%) 줄었다. 2018년 3.2%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보유 비중인 현금자산비율도 2016년 9.3%에서 2019년 7.6%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한경연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감하면서 상장기업 현금성자산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102조6000억 원으로 2018년 137조7000억 원보다 25.5% 감소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적다.
이런 중에 기업들이 투자금을 외부조달에 의존하면서 순차입금은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71조2000억 원에서 236조9000억 원으로 1년 새 38.4% 증가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차입금은 증가하지만 현금유입은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은 143개로 전체의 20.9%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못 내는 상황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인 한계기업은 2017년 28개에서 지난해 57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경연은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많이 감소해 수익성이 줄어들며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작년 상장기업 매출은 1151조8000억 원으로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55조5000억 원으로 50.1%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18년 9.4%에서 작년 4.8%로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해 상장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99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한경연 관계자는 "작년 재고자산 증가는 팔리지 않아 쌓인 악성 재고"라며 "영업부진과 함께 기업 현금보유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은 11.5회로 2017년 14.3회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평균일수는 2017년 25.5일에서 지난해 31.7일로 일주일가량 늘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해 한계상황까지 내몰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존립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