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국내 경기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거리엔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졌고, 공장에선 기계가 멈춰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9일 오전 9시(한국은 0시) 기준으로 국내외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21만38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8736명이 숨졌다. 발병지인 중국의 확진자 증가세는 멈췄지만, 유럽과 중동, 미국 등에선 최근 확진자가 급증세다.
국가별로 이탈리아에선 3만5713명(사망 2978명), 스페인은 1만3716명(사망 598명), 독일은 1만2327명(사망 28명), 프랑스는 9134명(사망 244명), 이란은 1만7361명(사망 1135명), 미국은 7769명(사망 1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가파른 확산세에 유럽 국가들은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굳이 입국을 통제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1월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은 일평균 4만2581명에 달했으나, 이달 12~18일에는 일평균 2780명으로 15배 이상 줄었다.
외국인 입국자 급감에 국내 항공업계와 유통업계는 봄 특수도 없이 이른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규엽 무역통상실 무역투자정책팀장 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선 취항 항공사들의 수입 감소는 미화 11억~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손실이 2월에만 최소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관광업과 숙박·음식점업도 매출 감소에 신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0.4%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선 해외단체여행비와 국제항공료가 각각 5.8%, 4.2% 내렸다. 외식은 보합을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에 더해 내국인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외출을 자제하면서 수요가 위축된 결과다. 최근엔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교류 단절은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2월과 3월 1~10일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7%, 2.5% 감소했다. 기저효과로 올해 초부터 수출액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멀어지고 있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수출 급감이 우려된다. 신종플루가 확산했던 2009년 4~8월의 경우, 미국에 대한 수출액 감소가 백신이 개발·보급될 때까지 지속했다. 감염병 확산에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에 의한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했던 탓이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유럽, 중동, 미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외에선 수요 위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방역 차원에서 이탈리아 등 각국의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지역 간 이동 통제로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이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테고, 그게 소득 감소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소비 부족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각국에서 제조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수출까지 영향을 줄 것이고, 그 충격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