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 정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프랑스가 재정 투입의 포문을 열었다. 대출을 포함해, 세금 납부 연기, 중소기업 임대료 면제 등 전방위적인 조치를 도입하고 필요하면 기업 국유화도 단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프랑스는 이미 경기침체에 맞닥뜨렸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50억 유로(약 61조5000억 원)를 풀어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저녁 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000억 유로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최소 50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보증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 문턱을 낮추고, 세금 납부를 미루는 방침도 검토 중이다. 독일 정부는 “현 상황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조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경제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3300억 파운드(약 496조 원) 규모의 정부 보증 대출 계획을 발표했다. 수낙 장관은 “경험해 본 적 없는 경기 침체”라면서도 “준비가 돼 있다. 뭐든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000억 유로 규모의 긴급지출 계획을 내놨다.
이에 유럽 정부들이 내놓은 경기부양책 규모만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유럽 정부들이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돈풀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려서다. 특히 유럽 경제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가 치명타를 입었다. 전날 유럽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 푸조시트로엥(PSA), 르노가 유럽의 생산시설 35곳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힌 데 이어 폭스바겐도 유럽 전역의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지원을 위한 각국 정부의 결단력 있는 조치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사태가 진정됐을 때 경제 회복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 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성명에서 “반독점 규정을 완화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최대 50만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