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선언으로 글로벌 경제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게 됐다.
팬데믹 선언에 맞춰 세계 각국이 대내외적으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경제와 시장에 미칠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교역제한과 수요 감소가 투자위축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가 최악의 팬데믹 중 하나였던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의 피해를 안길 경우에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9조 달러(약 1경802조7000억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세계 GDP를 88조 달러로 추정했을 때 10%가량의 GDP가 줄어드는 셈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대국민 연설에서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에 대해 13일 자정부터 30일간 미국으로의 여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럽에 대해 한 달간 전면 입국 금지를 적용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해 내놓은 대책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은 미국과 같은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처럼 감염자가 많은 나라에서의 여행 제한을 하지 않았다”며 “이에 미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집단 감염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는 유럽에 대해 3단계 여행경보도 발령해 미국인이 해당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재고하도록 권고했다.
미국은 내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봉쇄에 나섰다. 서부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다수가 모이는 행사나 회의 등을 금지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은 12일부터 최소 2주간 공립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시카고는 유서 깊은 인기 축제인 ‘성 패트릭의 날’ 퍼레이드를 취소했다.
미국 프로농구(NBA)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나오자 이날 잔여 시즌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리그가 엄청난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고 전염병을 이유로 경기를 아예 중단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터진 것이다. 유럽의 코로나19 핫 스폿이 된 이탈리아는 갈수록 봉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9일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을 내리는 사실상의 ‘국토 봉쇄’에 나선 것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날 아예 약국과 식료품점 등 기본 생필품 관련 매장을 제외한 모든 상거래 장소에 대해 25일까지 폐쇄를 지시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도 이날 이탈리아 내 공장 4곳을 임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애플도 이탈리아에 있는 애플스토어 17곳의 문을 닫는다.인도는 13일 정오를 기해 다음 달 15일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광과 상용 비자, 학생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사실상 여행을 전면 제한하고 행사도 대부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이 중단되면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지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CNBC는 “시장은 이런 조치들이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에서 이런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더 창궐할 것으로 판단하면 공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9%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성장률이 높아야 2%대 중반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 대표는 “경제적 관점에서 코로나19 환자 수는 물론 감염 억제정책에 따른 ‘경제 붕괴’ 수준도 핵심 이슈가 된다”며 “중국이 취했던 것과 같은 전면적인 봉쇄가 불균형적으로 취해지면 공포를 더욱 불러일으켜 글로벌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