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시 1주년을 맞은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누적 판매 7만 대를 넘어서며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차의 미국 판매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이끌고 있는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지화’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북미 시장 전용 SUV 텔루라이드가 오는 19일로 공식 출시 1주년을 맞는다.
텔루라이드는 지난 1년간 총 7만277대 판매되며 현지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출시 직후부터 월평균 5000대 이상씩 팔린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딜러의 소매 재고가 부족해 ‘없어서 못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판매 제품군에 텔루라이드가 포함된 뒤 기아차의 미국 판매 실적은 큰 폭으로 늘었다. 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대비 20% 늘어난 5만2177대를 판매했다. GM과 토요타 등 미국 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중 월 판매량이 20% 넘게 늘어난 곳은 기아차가 유일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차의 판매 성장세를 지속해서 견인하며 현지 법인의 수익성 개선까지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미국에 KMA(Kia Motors America, Inc.)와 KMMG(Kia Motors Manufacturing Georgia, Inc.) 두 개의 종속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100억 원, 17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형 SUV는 세단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만큼, 텔루라이드의 흥행이 지속되면 향후 매출 확대와 손익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텔루라이드의 흥행은 기아차가 추구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아차는 2015년 텔루라이드 개발을 시작하며 디자인과 실내 구성 등 모든 부분을 미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도록 제작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당시 “우리 눈이 아니라 미국 고객 눈으로 보라”는 조언을 실무진에 전하기도 했다.
그 결과 텔루라이드는 전형적인 미국형 SUV처럼 웅장하고 각진 외형으로 탄생했다. 5m에 달하는 길이(전장)를 바탕으로 최대 8명을 태우도록 설계됐고, 미국인의 체형을 고려해 버튼도 큼직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연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맞게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2.2 디젤 모델을 함께 선보인 것과 달리, 텔루라이드는 3.8리터 가솔린 엔진 한 모델만 출시한 점도 대비된다.
텔루라이드의 인기는 판매실적뿐 아니라 각종 수상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텔루라이드는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2020년 올해의 SUV’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1999년 이후 21년 동안 매년 이 상을 수여했는데, 한국차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올 1월에는 자동차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을 차지하기도 했다. 북미권 자동차 기자들이 평가한 결과로 결정되는 이 상에는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22개 차종이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텔루라이드를 “럭셔리 SUV 수준의 디자인과 프리미엄 한 경험을 선사하는 신기술, 성능까지 겸비한 SUV”라고 평가하며 “기존 SUV 브랜드들이 긴장해야 할 스타 플레이어”라고 호평했다.
기아차는 미국 현지의 텔루라이드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재 연간 8만 대 수준인 생산량을 올해 7월 1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