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11원 넘게 급등했다. 중국당국이 1달러당 7위안(포치·破七)을 용인했던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적 대유행이 될 수 있다는 소위 팬데믹(pandemic) 우려가 확산한 때문이다. 실제 밤사이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000포인트 넘는 변동성을 보이며 3.5% 넘게 폭락했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인 엔화는 강세를 보인 반면, 위안화는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채 금리도 하락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했고, 외국인도 매도에 나섰다. 수급적으로는 외국계은행 결제수요와 일부 주식매도자금이 소화되는 정도였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우려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한데 따른 불안감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다만 밤사이 역외시장에서 많이 오른 탓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실제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Fed) 금리인하 기대감이 계속되면서 원·달러는 상단을 저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과 유럽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다음주 1200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1190.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초반 1188.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5.5원에 그쳤다.
역외환율은 7거래일만에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88.5/1188.9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7.7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어젯밤 역외시장에서 올려놔서 실상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5원 가량 오른 정도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 다우지수도 하루에 1000포인트씩 오가는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엔화는 강세를, 위안화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채 금리도 2년물은 0.5%, 10년물은 0.8% 정도까지 떨어지며 최대한 다 위험을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수급적으로는 외은 결제수요와 일부 주식 매도 자금 물량만 나왔다. 패닉장은 아니었고 원·달러가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증시도 최대 15% 정도 조정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기조도 남아 있다. 원·달러도 1180원 저점을 확인하고 돌아선 상황이라 다음주는 1200원을 돌파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코로나19 우려가 계속되면서 최근 하락장을 되돌림했다. 주가도 많이 빠졌고, 외국인도 주식시장에서 5600억원 정도 팔았다. 위안화도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계속 왔다갔다하며 변동성이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세가 확인되면서 우려도 있는 것 같다. 반면, 미 금리인하 기대가 계속 유지되면서 상단은 막힐 것 같다. 다음주로 예정된 ECB(유럽중앙은행)회의와 중국 물가지표 발표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지지력과 변동성이 이어지며 다음주 원·달러는 1180원에서 1200원 사이를 오갈 듯 싶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50분 현재 달러·엔은 0.23엔(0.22%) 떨어진 105.90엔을, 유로·달러는 0.0017달러(0.15%) 하락한 1.1225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88위안(0.12%) 상승한 6.9502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45.04포인트(2.16%) 급락한 2040.22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5645억8800만원어치를 매도해 이틀째 순매도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