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올인’한 대가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와 판매 침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까지 삼중고(三重苦)에 허덕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부터 애플의 일부 임원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에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2015년 초 애플이 하나 이상의 제품 조립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받아들여졌다면 애플은 중국 이외 장소에서 근로자를 훈련하고 새로운 부품공급업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다년간의 프로세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팀 쿡 등 경영진은 이 아이디어를 일축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는 것은 애플로서는 도저히 착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애플 제품 거의 대부분을 조립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기지다. 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이다.
애플의 중국 의존이 더욱 심화할수록 회사 안에서는 물론 투자자들도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관세 등 미중 무역마찰 영향과 중국에서의 예기치 않은 아이폰 판매 부진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애플은 지난 3년간 세 차례의 좌절을 맛보게 됐다고 WSJ는 꼬집었다.
중국이 감염 확대 억제에 임하면서 경제활동이 중지돼 공장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지난달 올해 1분기 매출이 자체 전망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요는 충분한데 팔 물건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애플 시가총액은 지난달 ‘어닝 미스’ 전망 이후 1000억 달러(약 119조 원) 이상 줄었다.
IBM 연구원 출신으로 공급망 전문가인 시라큐스대학의 부락 카라즈 교수는 “어떤 임원도 중국에 무방비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임원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애플은 현 시점부터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그동안 애플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다양한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저비용 생산기지를 제공했다. 이는 애플의 월등한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됐다.
쿡 CEO는 지금도 애플 공급망을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휩쓸리는 것은 현대 비즈니스의 일면”이라며 “우리는 지진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잘 대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공급망 변경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일부 밸브를 조절하는 정도이자 대규모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최근 소규모 생산거점을 중국 이외 국가로 옮기는 실험을 시작했지만 중국과 단호하게 결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플은 300만 명이 넘는 중국의 노동력에 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 이에 필적하는 단순 노동자와 숙련 근로자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WSJ는 거듭 지적했다.
또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시장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다만 애플은 중국에서 강한 브랜드 파워에도 정점에 달했던 2015년 12.5%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현재 7.5%로 후퇴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이런 의존으로 애플은 여러 시련에 직면했다. 핵심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 공장에서의 직원 자살 등으로 중국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애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쿡 CEO에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고 압박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쿡은 애플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피했다. 그러나 헤드폰 등 다른 기기에 붙는 관세는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기 시작하자 수년 전부터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옮겨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할 수 있었다고 WSJ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