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세계는 재택근무 중...상사에게 필요한 건 ‘믿음’

입력 2020-03-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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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텔레워크’로 업무 처리하느라 보고 과도하면 생산성 저하 -부하직원을 믿어야 재택근무 제대로 작동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이미지.  (사진제공=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이미지. (사진제공=NH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생산성’ 문제가 최대 경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대 덕목은 무엇일까.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인재파견회사 엔재팬은 지난달 28일 초중고 자녀를 둔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날 아베 신조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갑작스럽게 3월 2일부터 초중고 전면 휴교령을 내리면서 업무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3월 2일부터 출근할 수 있나,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갖추고 있나” 하는 질문에 대부분이 학교와 보육시설들의 대응이 정해지지 않아 ‘모른다’고 답했고, ‘출근 못 한다’는 사원이 수십 명에 달했다. 이에 회사는 긴급 조치로서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규정상 재택근무제도는 없지만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자택에 통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사원에게는 와이파이 라우터를 빌려줬다.

▲홍콩 고속철 역에서 어린이들이 전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고속철 역에서 어린이들이 전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앞서 닛케이가 그 전날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6%가 원칙적으로 또는 일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총리의 휴교령 전에 실시한 것으로, 이후 재택근무 등 원격 근무를 인정하는 기업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일본 기린맥주도 그룹 직원 1만여 명을 3월 말까지 재택근무 시키기로 했고,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재택근무 대상자를 늘렸다. 원래는 정규직 8000명으로 한정했지만, 계약직 2000명도 재택근무 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코로나19 같은 감염 확산 방지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재택근무 시 생산성이 어느 정도 발휘되느냐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의 ‘통신이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텔레워크 도입 비율은 2019년 19.1%에 불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출신의 한 여성이 1월 31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자신의 집에서 격리된 채 책을 읽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출신의 한 여성이 1월 31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자신의 집에서 격리된 채 책을 읽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우선 텔레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업무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직원 간 의사소통이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보고, 연락, 상담’ 등을 철저히 하도록 주지시킨다. 예를 들면, 오전 업무를 개시할 때 어떤 일을 할지 계획을 상사에게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전달하고, 업무를 끝마칠 때는 실제로 어디까지 실시했는지를 보고하는 식이다.

하지만, 텔레워크에 익숙하지 않은 회사에서는 함정이 있다. 부하 직원들의 보고나 연락에 일일이 응답하느라 정작 상사는 자신의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 눈앞에 부하 직원이 없으니 하루 종일 어디에서 뭘 하는지 궁금해서 일일이 보고를 시켰으나, 막상 “자료 작성 끝났습니다. 확인해 주시겠습니다?” “이제 점심 휴식에 들어갑니다.” “죄송하지만, 생각만큼 일에 진척이 없습니다.” 등 시시콜콜한 보고를 받자니 번거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보고와 연락을 철저히 하려다 업무가 늘어 되레 생산성이 떨어진 경우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재팬의 인사부 과장은 닛케이에 “성선설에 서지 않으면 재택근무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재팬은 2015년 텔레워크 구조를 확충, 육아와 노부모 간병 등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일수 제한도 없앴다. 처음에는 경영진의 저항으로 이용하는 직원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건 강제적으로 관리직에게 재택근무를 시키면서부터였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자잘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도 부하 직원들이 성실히 임한다는 것을 관리직들이 깨달은 것이다. 이에 2019년 1월 말까지 4466명이 재택 근무 제도를 이용했다고 한다.

미국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인재 관리에 대해 ‘X이론’과 ‘Y이론’을 1960년대에 제창했다. 사람은 원래 게을러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X이론이고, 반대로 사람은 자율적으로 일하는 존재여서 과도한 간섭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Y이론이다. 각각 성악설과 성선설에 서는 대칭적 관리 기법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X이론이 효과를 발휘한 반면, 일하는 목적에 자아실현이 포함된 현대 사회에서는 Y이론이 유효하다고 알려졌다. 지금 같은 시대에 성악설에 서서 보고나 연락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텔레워크는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문은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는 건 재택 근무를 계속하는 한 관리자나 부하 직원 모두에게 스트레스라며 자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리크루트웍스연구소 조사에서는 2018년과 2019년을 비교했더니 사무실 근무자는 노동시간이 줄었지만, 재택근무자는 오히려 성과를 내려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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