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18년 만에 역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탈레반이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는 대신,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게 골자다.
평화협정에 따라 미군은 합의 이행 1단계로 이날부터 135일 안에 1만2000명 규모의 미군을 8600명 규모로 줄인다. 탈레반의 합의 준수 여부를 판단해 2021년 봄,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한다.
미국은 또 향후 군사력으로 아프간을 위협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올해 8월 27일까지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무장조직의 아프간 내 모병, 훈련, 자금 조성 활동을 차단해야 한다. 여행증명서와 같은 법적 서류 제공을 금지해 이동도 제한한다. 또 무장조직이 아프간에 근거지를 두도록 방조해서도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마침내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탈레반과 맺은 이날 합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 효력과 이행을 보증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평화협정에 서명한 탈레반 공동창설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미국과의 합의를 이행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를 향해 “아프간 재건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은 그동안 탈레반과의 전쟁에 약 7600억 달러(약 920조 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최근 아프간에서 탈레반 세력이 확대되는 등 어려운 싸움을 해왔다. 미국과 탈레반이 예정대로 합의를 이행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가장 길었던 전쟁을 끝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은 2018년 하반기부터 탈레반과 평화합의를 모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을 ‘끝없는 전쟁’이라고 비판하면서 철군을 공약해서다.
아프간은 18년간 지속된 전쟁 종결로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지만 초토화된 나라 재건이라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