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망’ 건드린 ‘코로나19’...“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입력 2020-02-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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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차질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경기 부양하려다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문 닫힌 애플 매장 앞을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애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중국 내 모든 매장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문 닫힌 애플 매장 앞을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애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중국 내 모든 매장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재정 및 통화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경제 위협은 기존의 경제 위기 상황과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들어 놨다.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이동을 제한하고 공장을 멈춰 세워서다. 그 결과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애플은 “이동 제한 조치로 중국 내 판매가 큰 폭 감소했으며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돼 전 세계 매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지난달 제시했던 2분기 매출 예상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부품 공급 부족으로 국내 생산을 줄이고 있다.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18일 향후 2주 내 부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며 급한대로 중국에서 부품을 긴급 공수했다.

이렇듯 공급 감소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는 상황보다 더 대응이 어렵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공급이 막히면 경제가 죽을 쑤고 있어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서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줄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대 석유파동’이다. 1970년대는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된 스태크플레이션의 시대였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고물가와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의 자원 무기화를 위해 석유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으로 전 세계는 경기 침체를 겪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총공급이 줄어들어 물가가 오르고 국내총생산(GDP)이 후퇴하며 그 결과 실업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을 동시에 겪게 된다.

물론, 현재 경제상황은 70년대와는 다르다. 세계 인플레이션이 이상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감염병 확산으로 세계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놔야하지만 물가상승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 하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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