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여긴 워낙 저평가된 데다 교통 호재까지 있어 오를 일만 남았다.” (수원 영통구 D공인.)
“의왕 전체 규제는 전혀 예상 못해 당혹스럽다. 잔금 시기 앞당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의가 줄을 잇는다.” (의왕 포일동 Q공인.)
2ㆍ2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조정대상지역(이하 조정지역)으로 새로 편입된 경기도 3개 지역의 표정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안양 일대는 그동안 집값이 너무 뛰어 조정지역 지정을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의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은 일시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민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뜨겁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지적 풍선효과에 핀셋 대응에 나선 만큼 단기적으로 집값 오름세는 진정되겠지만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랑곳 않는 수원 영통ㆍ장안ㆍ권선구 = 수원은 2018년부터 팔달구와 광교지구가 이미 조정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이번 2ㆍ20 대책으로 영통ㆍ권선ㆍ장안구가 모조리 추가되면서 수원 전체가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 풍선효과(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현상)에 교통망 개발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통구의 12ㆍ16 대책 이후 누적상승률은 무려 8.34%에 달했다.
그러나 수원은 이번 대책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영통구 영통동 청명마을 대우아파트 99.87㎡의 실거래가는 올들어 7억700만 원(2월)까지 올랐지만 현재 호가(주인이 부르는 값)는 이보다 무려 5000만 원 높다. 이 일대에선 6월 수원 영흥공원푸르지오(1520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 기대감에 공원 개발, 인덕원~동탄선을 잇는 교통망 개발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이 오를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퍼질 만큼 퍼졌다는 게 현장 공인중개소들의 설명이다.
D공인 측은 “대책에도 별다른 반응은 없다”며 “오히려 그동안 너무 저평가됐고, 개발 호재가 워낙 많아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분당선과 인동선(인덕원~동탄)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장안구나 신분당선, 수인선(수원~인천) 호재가 낀 권선구 역시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기대감은 다르지 않았다. 호가 조정에 나서는 매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안양 만안구 “예상한 일”… 의왕 “당혹” = 안양은 조정지역 편입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만안구 안양동 O공인 측은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조정지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다”며 “그동안 매도자 우위였다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일대에선 지난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만큼 집값이 심상치 않은 대전이 빠진 데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멘소리가 나왔다.
이번 규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는 의왕이 가장 극심했다. 의왕은 이달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 84㎡ 분양권이 11억9000만 원에 팔렸다. 6억 원을 밑돌았던 분양가보다 2배 넘게 오를 만큼 집값이 크게 뛴 곳이다.
의왕에선 치솟는 집값에 규제가 나오지 않겠냐는 말이 많았지만 의왕시 전체가 규제로 묶인 건 당혹스럽다고 현지 중개소들은 전했다. 중개소엔 새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빨리 잔금을 치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내손동에선 이미 계약을 진행 중인 거래가 파기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번 대책은 투기과열지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았던 조정대상지역의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면서 시가 9억 원 초과분은 30%를 적용키로 했다.
내손동 D공인 측은 “성남, 용인이 아닌 의왕, 안양이 들어간 데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며 “안양 동안구처럼 조정지역으로 묶인다고 해도 집값은 오르겠지만 ‘우리가 왜?’라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는 만큼 외지인들의 갭투자 수요가 주춤해져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몇 달 새 수억 원이 치솟는 급등세는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낮은 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계속된 규제의 내성 등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수요 억제책은 일시적으로 수요심리를 누를 순 있지만 근본적인 가격안정을 가져오긴 어렵다”며 “12ㆍ16 대책 발표된 지 2개월 만에 추가 대책이 발표된 건 수요억제 위주 규제책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