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에서 산출하는 달러지수는 전날 99.72로, 2017년 5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경기 하방 압력과 각국의 금리 인하 도미노, 여기다 코로나19 유행이 안전 자산 수요 급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윈 신은 “달러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와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모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으며, 중국과의 갈등이 깊었던 지난해에도 내수는 견고했다. 게다가 미국의 장기 금리는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높은 편이라 금리 차 측면에서도 자금이 쏠리기 쉽다. 이에 당분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가 워낙 강세이다 보니,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전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 엔화 수요도 푹 고꾸라졌다. 20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11.25엔으로, 약 9개월 만에 달러당 111엔대로 하락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심각한 역성장을 보인 까닭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달러로 옮겨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미국은 일본이나 신흥국보다 견조하다.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달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 등은 이달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섰고, 19일에는 터키도 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닛케이는 “신흥국의 금리 인하 도미노 현상이 달러의 매력을 한껏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흥국의 금리 인하는 자국 경기 부양 목적이지만, 자금 유출이 강해지면서 되레 달러화 표시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다.
미국은 달러 강세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일반적으로 통화가 약세이면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에 불만을 표하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달러지수 수준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최고치까지 약 4%만 남겨두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재차 금리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는 신중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연내에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코로나19 우려에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18일에 약 7년 만에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한 금 선물 가격은 19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