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핵심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런 방안을 담고자 ‘해외 직접 생산 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수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외국 기업의 미국의 군사·안보 관련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변경이 이뤄지면 세계 각국 반도체 공장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사용, 화웨이테크놀로지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용 칩을 생산할 경우 상무부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한 미국 업계 관계자는 “이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많은 미국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규정 변경을 놓고 몇 주에 걸쳐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제안이 나온 것은 최근이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이런 규제가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는 않으며 대통령도 아직 제안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가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분야에 관해서는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인정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규제가 적용되면 중국 반도체 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업체들이 다른 나라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이외 다른 나라 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계속하거나 거래를 끊고 미국산 장비를 구매할지 등을 놓고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게 돼 공급망 전체가 불안정하게 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화웨이와의 거래가 제한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연구·개발(R&D) 투자 능력에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TSMC의 지난해 350억 달러(약 41조 원) 매출 중 10% 이상이 화웨이의 칩 생산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으로부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