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지난해 말 슈퍼 태풍 ‘하기비스’ 등 자연재해와 소비세율 인상으로 이미 막대한 타격을 받았지만 올해 초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연율 마이너스(-) 6.3%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1.6% 감소였다.
지난 분기 증가율은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연율 환산 기준으로는 침체된 정도가 2014년 2분기(-7.4%) 이후 가장 컸다.
만일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면 일본은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공식적으로 경기침체(Recession·리세션)에 빠지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면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나온 것이다. 일본 경제는 자연재해와 소비세율 인상 이외에도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중국의 수입수요 약화로 고전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자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태풍 ‘하기비스’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충격이 완화해 새해부터는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런 낙관론은 일본이 경기침체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으로 바뀌게 됐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행진이 끊겼으며 수출업체들은 지난해 말보다 더욱 심한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전 세계 경제는 이미 중국발 충격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NYT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과 관련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가장 보수적인 예측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6%로, 지난해의 6.1%에서 하락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3%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가 된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또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이 제일 크며 이들의 지출 규모도 막대하다.
아울러 일본의 자체적인 코로나19 감염 확산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NYT는 지적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대규모 전염 등으로 일본에서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또 지난주 일본 내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NYT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금지 조치가 현재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지목했다. 일본 관광산업은 이미 지난 1월 춘제(설날) 대목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도쿄의 한 소매업체 사장은 “관광객들이 사라져 거리가 이렇게 한산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일본여행업협회(JATA)에 따르면 오는 3월까지 최소 40만 명의 여행자가 일본 여행을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