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올들어 일평균 100억 원 이상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빚을 내 매수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일평균 108억6500만 원으로 지난해(85억4200만 원)보다 27.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매매 미수금의 경우 일평균 1988억9100만 원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29.92%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신용으로 주식을 산 후 결제일까지 외상을 갚진 못한 잔액을 의미한다.
통상 증권사는 미수거래를 통해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면 3거래일간 결제대금을 대신 치러준다. 3거래일째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미수금이 발생한다. 이 경우 증권사들은 결제일 당일 종가 기준 하한가로 수량을 책정해 다음 영업일 오전에 해당 주식을 시장가에 반대매매한다.
투자자가 반대매매에 몰릴 때는 주가 하락을 예상치 못한 경우다. 투자자로서는 외상 거래로 샀던 주식을 팔든지 보유한 현금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데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이를 주저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실제 올해 들어 반대매매 금액이 가장 많았던 지난달 31일(140억7600만 원) 전에도 이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 우려 확산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루 만에 3% 이상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당일을 저가 매수 시점로 생각해 코스피에서 6672억 원어치, 코스닥에서 179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코스피ㆍ코스닥은 이듬날 소폭 오르고 30일 다시 2% 내외로 하락했다. 바닥이 더 깊을 줄 몰랐던 투자자들은 결국 31일 반대매매로 큰 손해를 봤다. 이 같은 양상은 앞서 1월 초 미국-이란 무력 충돌 국면에서도 나타났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가 위아래로 변동폭이 큰 장세는 위험만 감수한다면 단기간에 큰돈 벌 기회로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시기에 빚까지 내 달려들면 주가 하락 시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아직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다수 나오고 있다는 점은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 증시가 재조정받을 가능성도 남았다”고 짚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다소 부진한 4분기 실적 발표 내용, 신종 코로나 불확실성 때문에 증시 추가 반등보다는 횡보 또는 2100선 전후까지 하락 흐름을 예상한다”며 “코로나 이슈로 인한 하락 후 1차 반등이 나타난 현시점에서는 추가 반등 종목보다 하락 가능성이 큰 위험 종목을 피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