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는 너무 고평가됐다며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베팅한 ‘쇼트 셀러(Short Seller·공매도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주가 폭등으로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5주 만에 84억 달러(약 10조 원) 손실을 봤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가 미래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서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막대한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최근 수개월 간 테슬라 주가가 3배 이상 오르자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에 수천 달러를 베팅했으나 지난주 주가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968.99달러까지 치솟자 결국 적자 상태로 손을 털고 빠져나와야 했다. 그는 도요타자동차의 ‘캠리’ 신차를 살 정도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는 수만 달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이 공매도 세력은 수년간 테슬라와의 전투에서 거의 항상 패배했다고 WSJ는 꼬집었다. 테슬라는 적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공매도 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만성적인 통증이 갑자기 극심한 고통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의 손실 규모는 29억 달러였는데 2월 첫 주 단 한 주간의 손실이 24억 달러로 작년 전체와 맞먹었다.
테슬라 주가는 4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887.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하락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7일 종가는 748.07달러였다. 여전히 지난주 상승폭은 무려 15%에 이르렀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 급등한 771.28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상승폭은 무려 84.4%다.
공매도 세력을 ‘눈엣가시’처럼 혐오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여러 차례 이들을 조롱해왔다. 그는 지난주 테슬라 주식이 폭등하는 가운데 트위터에 세 개의 불 이모티콘을 올렸다. 그는 2018년 “공매도 세력은 ‘가치 파괴자’들”이라며 “이들의 단기 매매를 불법으로 해야 한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한 요인이 공매도 투자자들이다. 이들이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선 것이 주가를 지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