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WEF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WEF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영국법인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전 세계 GDP 절반 이상인 약 44조 달러(약 5경2470조 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손실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건설(4조 달러)과 농업(2조5000억 달러), 음식·음료(1조4000억 달러) 등 3대 산업이 기후변화로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산업은 산림과 해양에서 자원을 직접 추출하거나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안정적 기후 등 생태계 상황과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자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적 손실이 이들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GDP의 15%(13조 달러)에 해당하는 산업들이 자연에 ‘매우’ 의존하고 있으며 37%(31조 달러)는 ‘적당하게(Mo-derately)’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최근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그린스완’이라고 칭했다. 극히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일으키는 ‘블랙 스완’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 및 수요 측면의 충격이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는 농산물과 에너지 공급에 대한 압력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이 초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단기적으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러한 단기적 물가 압박 이외에도 기후변화는 자원 부족, 생산성 감소 등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블랙스완과는 달리, 그린스완은 적어도 언젠가는 기후변화 위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확실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린스완은 인류를 더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기후변화 위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WSJ은 “기후 위기는 잠재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며, 거의 예측이 불가능하고,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와 유사하다”며 “이미 기후위기는 기업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머나먼 미래에 대한 막연하고도 추상적인 미래라기에 ‘기후변화’는 어느새 인류의 피부에 와닿고 있다. 이미 지구 환경은 인류를 향해 강력한 ‘적색 경고음’을 내고 있다. 최근 40년간 극심한 기후변화 사례가 4배나 증가했다. 2019년은 세계기상기구(WMO)가 기록을 시작한 이후 지구 역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특히 WMO는 “작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았다”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한도에 다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WMO는 이산화탄소 등 2018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온실가스 증가를 막는 조처를 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