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올해 초 세계 경제 회복 기대 전망이 무색할 만큼, 역대 최대 충격을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세계 경제에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세계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1600억 달러(약 191조 원)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의 4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 때보다 훨씬 커져서다. 중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스가 유행하던 2003년의 4배인 17%에 달한다.
세계 경제의 ‘블랙 스완’이 될 가능성이 커진 중국의 성장 둔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지난달 30일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4.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992년 분기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신종 코로나가 쇼핑 성수기인 중국 춘제 직전에 유행하기 시작한 탓에 올해 1분기 중국의 소비성장률은 지난해 말에서 반토막이 날 것으로 BI는 관측했다. 또 확산 사태가 수개월 더 지속될 경우,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2%포인트 감소한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중국발 경제 성장 둔화는 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세계 관광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전 세계 관광시장의 큰손이다. 2018년 1억6300만 명의 중국인이 전 세계 관광에 나서면서 글로벌 소매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태국은 벌써 올해 GDP 전망치를 줄였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여행 제한이 3개월 더 지속될 경우, 200만 명의 중국인 방문객이 줄면서 약 16억 달러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또 중국 내 제조시설과 영업망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홍콩, 한국, 일본은 물론 독일, 미국, 영국 등도 성장률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5G 본격 도입으로 성장이 기대됐던 스마트폰 업계가 울상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2% 감소할 예정이다. SA는 “중국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70%의 제조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검역, 여행 제한에 의한 공장 운영 지연이 생산 및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1만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애플은 9일까지 중국 내 42개 모든 매장의 임시 폐쇄를 결정했다. 중국 서플라이 체인에 대해서도 거래처 입지에 따라서는 춘제 공장 재개 시기가 당초 예정한 1월 말에서 2월 10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