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과거 선거 캐치프레이즈의 정확성을 월가 은행들이 몸소 입증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은행들을 둘러싸고 저금리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작년 4분기 실적을 보니 금리보다는 오히려 경기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작년 4분기는 무역전쟁을 둘러싼 긴장 완화, 억제된 레포, 기업심리 개선이 트레이딩과 자문 사업에 호재가 됐다. 이에 해당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급증,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의 매출이 모두 증가하는데 일조했다.
금리에 대해 이번 실적에서 얻은 교훈은, 은행의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미국 기준금리(FF)가 아니라,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일드커브(수익률 곡선)라는 것이다.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인 일드커브 모양은 4분기 은행에 있어서 극적으로 개선됐다.
은행은 이미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 투자 및 트레이딩 목적으로 장기금리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단기 수익률 쪽이 낮지만, 리세션(경기 침체) 전망 확대 등으로 작년 3월엔 일드커브가 역전했다. 10월에는 리세션 우려가 후퇴하면서 커브는 통상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19년 말까지 3개월물을 약 0.4%포인트 웃돌았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부문 자산은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6%, 씨티그룹은 18% 각각 증가했다. 씨티그룹의 이들 자산의 4분기 수익률은 전 분기를 웃돌아 순금리 마진도 확대했다. JP모건은 트레이딩 자산의 수익률이 소폭 감소했지만, 다른 자산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수수료를 포함한 채권 트레이딩 수입은 JP모건이 전년 동기 대비 86%, 씨티그룹이 49% 증가했다.
두 은행은 대출 계정을 늘리는데 따라서도 저금리의 영향을 완화했다. 다만, 이 점에 대해 JP모건에는 단서가 붙는다. JP모건은 자본 비용이 높아 주택담보대출 보유량을 줄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대출은 4분기에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다시 급증했다. 기업용 대출 증가는 약간 줄었다. 씨티그룹의 기업 대출은 북미에서 4% 성장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감소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자금 조달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는 부문은 후반기 M&A 증가로 두 은행 모두 5% 증가를 보였다.
JP모건의 제니퍼 피프스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무역은 확실히 안정되고 있다”며 “심리에 약간 회복이 보였다. 이것이 4분기 전반의 호조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의 가치 평가, 지속 성장 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JP모건과 씨티그룹 모두 효율성 점수가 개선했다. 두 은행을 합한 영업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에서 57%로 낮아졌다.
다만, 또 다른 대형은행 웰스파고에는 아직 다른 세상 이야기다. 웰스파고는 아직도 유령계좌 스캔들의 영향으로 비용 상승에 직면해있다. 신용비용 급증 위험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것은 은행 실적을 가장 적확하게 점치는 지표가 금리가 아니라 경제의 건전성이라는 ‘설’을 뒷받침한다고 WSJ는 강조했다.